세계 전자업계 '부품 쇼티지' 충격…완제품 생산 차질 현상도

세계 전자 산업계에 '부품 공급 부족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물론 일반 전자부품까지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부품 부족으로 일부 전자제품을 제때 생산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표면으로는 애플과 삼성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하반기 전략 상품 준비가 원인으로 보이지만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주요 전방산업이 기술 변곡점에 진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기술 적용으로 부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전자 제품의 필수 부품인 MLCC가 귀한 몸이 되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은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MLCC(출처: 삼성전기 홈페이지)
전자 제품의 필수 부품인 MLCC가 귀한 몸이 되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사진은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MLCC(출처: 삼성전기 홈페이지)

29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전자산업계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구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공급 부족에 값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대만 MLCC 업체가 5% 이상 가격을 올렸고, 세계 2위 MLCC 공급 업체인 삼성전기는 하반기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MLCC는 전기를 일시 저장한 뒤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범용 부품이다.

이미지센서(CIS)도 품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에 듀얼 카메라가 확산되고 자동차에도 카메라 채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늘어나는 수요에 경기도 화성 11라인을 개조, 생산 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D램도 공급 부족 사태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분기 D램 평균 판매 가격이 10% 이상 상승한 데 이어 3분기에도 5%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OLED도 귀한 몸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스마트폰용 OLED 수요와 공급 차이가 약 20%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수요·공급 균형이 1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품이 없으면 완제품을 만들지 못한다. 닌텐도 신형 게임기 '스위치'는 높은 인기에도 부품이 모자라 증산이 원활치 않다. 생산 차질은 곧 기업 실적과 직결될 것으로 우려된다.

주요 전자 부품 공급 부족이 두드러지는 건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1차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 삼성 등의 신규 스마트폰 출시로 고용량 MLCC 수요가 증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이 연말 성수기를 대비, 대규모 부품 구매에 나서면서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 부족 심화는 기술 진화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듀얼 카메라, OLED 등 신기술 등장으로 스마트폰이 고성능화하면서 필요 부품수가 늘어났다. 자동차에 전장 기술 확대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전자 부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이 진화할수록 MLCC 채택수가 20% 이상씩 증가하고 솔루션, 소형, 고용량의 MLCC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면서 “아이폰 한 대에 MLCC가 약 800대 쓰였는데 차기 아이폰에는 1000대로의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D램도 PC와 스마트폰 중심을 벗어나 응용처가 확대되는 추세다. D램익스체인지는 “그래픽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자동차 전장 분야 등에서 D램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 최근 D램 가격 강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고성능화와 자동차의 전장화 영향 등으로 MLCC는 내년에도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산업 트렌드가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