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논란]팽팽한 줄다리기 예고…실기(失期) 우려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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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두 나라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한·미 FTA 대응책을 준비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사 지연과 지휘체계 부재가 이어지면서 '실기(失期)' 우려가 커졌다.

2일 관가와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무역적자 주범으로 지목한 자동차와 철강을 중심으로 정부와 산업계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한·미 무역 불균형의) 가장 큰 단일 요인은 자동차 무역이며 미국산 자동차를 수출하는데 많은 비관세 무역장벽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또 다른 문제는 유정용 파이프와 철강제품 수입 문제인데 한국은 이 시장이 없어서 전량 수출하고 있다”고 덤핑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후로 우리 측에 제기한 문제점과 같은 내용이다.

미국은 FTA 재협상을 관철시켜 미국산 자동차 무역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한국산 철강제품 관세율 인상 등 제재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이미 미 정부는 한·미 FTA를 비롯한 모든 무역협정과 수입산 철강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 이 외에도 법률시장 개방,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 지분 투자 허용 등이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재협상이 성사돼도 우리나라가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줄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도 적자를 보는 투자·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측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 한미 FTA 체결 당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도 재논의 할 가능성이 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 제도에 의해 피해를 당했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한 제도다.

우리 정부 내 통상조직 재정비 지연은 불안 요인이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공식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새 정부의 산업부 장관 인선이 지연된 탓이다.

이를 두고는 FTA를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 정부 의지를 떠나 한·미 FTA는 이미 양국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수차례 언급한 것처럼 미국 측 의지가 강하다. 최악 경우에는 미국 의사만으로도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어 우리가 재협상을 무조건 거부하기도 어렵다.

산업부 장관 인선과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한 '통상교섭본부' 신설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무역적자와 철강 수입의 안보 영향 보고서 공개를 전후해 통상 압박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