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리콜검사 '정상' 판정 일주일 만에 깨진 현대차 '세타Ⅱ엔진'

현대·기아자동차 '세타Ⅱ엔진' 리콜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차량 가운데 엔진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세타Ⅱ엔진 리콜에 대한 현대차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커넥팅로드가 부러지면서 파손된 2010년식 YF쏘나타 2.4 세타Ⅱ엔진 (출처=보배드림)
커넥팅로드가 부러지면서 파손된 2010년식 YF쏘나타 2.4 세타Ⅱ엔진 (출처=보배드림)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동대구 현대차 블루핸즈 1급 정비소에서 세타Ⅱ엔진 리콜 검사에서 '정상(PASS)' 판정을 받은 2010년식 'YF쏘나타 2.4'모델이 운행 일주일 만에 엔진이 파손됐다.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YF쏘나타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YF쏘나타 (제공=현대자동차)

해당 차량은 세타Ⅱ엔진 리콜 검사를 받은 후 450㎞가량 주행한 시점에서 엔진이 파손됐다. 운전자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칠곡휴게소 300m 앞에서 차량이 갑자기 울컥거렸다. 이후 운전자는 오디오를 끄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고, 차에서 엄청난 소음과 진동이 전해지더니 부품이 튕겨져 밖으로 나갔다.

운전자가 칠곡휴게소에 차를 세우자, 차 엔진룸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엔진룸 내부에 연기와 오일이 새어나왔다.

해당 차 엔진은 배기라인 안쪽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면서 파손됐다. 파손원인은 커넥팅로드가 부러지면서 엔진에 구멍을 낸 것이다. 현대차는 즉각 개선된 엔진으로 교체해줬다.

2010년식 YF쏘나타 2.4 모델 커넥팅로드가 부러진 모습 (출처=보배드림)
2010년식 YF쏘나타 2.4 모델 커넥팅로드가 부러진 모습 (출처=보배드림)

이뿐만이 아니다. 기아차 2011년식 'K7 2.4' 모델은 세타Ⅱ엔진 리콜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후 이틀 만에 엔진이 파손됐다. 이 차량 역시 엔진 커넥팅로드가 부러졌고 엔진에 구멍이 났다. 기아차 역시 즉각 개선된 엔진으로 교체 조치했다.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 측은 리콜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차량들이 추가 주행 중 엔진이 파손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진 검사 후 무리한 주행이나 관리 부실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교체한 엔진은 기존 문제점을 개선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개선 사항에 대해서는 회사 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타 2 엔진 결함부위
세타 2 엔진 결함부위

세타Ⅱ엔진 리콜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차량도 언제든지 파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는 청정도 문제로 엔진 파손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구조적 결함이 실제 원인일 수 있다는 우려다.

리콜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고도 엔진이 파손된 차량 대부분은 커넥팅로드가 부러졌다. 이는 세타Ⅱ엔진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온 것과 같은 형태다. 베어링이 세타Ⅱ엔진의 높은 출력을 견디지 못해서 커넥팅로드에 직접 맞닿으면서 파손된 후 엔진에 구멍을 낸 것으로 보인다.

세타 2 엔진. GDI(왼쪽), 터보(오른쪽)
세타 2 엔진. GDI(왼쪽), 터보(오른쪽)

한 전문가는 “이번 검사는 단순히 소음과 엔진오일에 쇳가루 성분 검사만 진행하기 때문에, 엔진 결함에 대해 정확히 밝혀 낼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리콜을 떠나 현대차의 보다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측은 리콜 검사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전국 서비스센터가 수천곳에 달하고, 리콜 검사 대상이 수만대이기 때문에 간혹 검사 과정에서 이와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리콜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차량이 바로 엔진 파손이 발생한 것은 검사 과정에서 이상을 잡아내지 못한 실수 또는 오차이지 구조적 결함 때문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완벽한 검사를 통해 문제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달 30일 현대·기아차 세타Ⅱ엔진 리콜 적정성 검사를 완료했다. 검사 결과는 이달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