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등록 없이 서비스만 하는' 외국기업, 처벌 못해 소비자 피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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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등록 없이 서비스만 하는' 외국기업, 처벌 못해 소비자 피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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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국내에서 인터넷·모바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소비자 법률은 이들 기업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 해 예방·제재가 불가능하다. 소비자 피해를 막으려면 정부가 주요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고, 소비자 법률의 역외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글로벌 기업의 모바일 게임, 여행 예약, 해외 직접구매(직구)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한국에 별도 구매·배송 대행자를 두지 않고 해외에서 국내로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해외직구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이 증가 추세다. 2012년 143건, 2013년 149건, 2014년 271건, 2015년 477건을 기록했다.

이 같은 '직접 배송' 해외직구 사이트는 대부분 국내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고 한국 지사도 없다. 그러면서도 적지 않은 기업이 한글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소비자 구매를 유도하고, 막상 배송·환불 등에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게임, 글로벌 여행 예약 서비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 기업 나이언틱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는 최근 불공정 약관 혐의가 제기됐다. 소비자원은 가상현금 환불 거부, 일방적 서비스 이용 차단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부 글로벌 여행 예약 서비스는 부당한 계약 해지 수수료 부과 등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글 메뉴, 우리말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알고 보면 한국에 지사도 없고, 전문성 없는 상담원 한 명을 배치해 소비자 피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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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임에도 해당 기업은 법적 제재조차 받지 않는다. 소비자기본법, 약관법, 전자상거래법 등 주요 소비자 관련 법은 해외 사업자에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법과 동일하게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인 공정거래법은 역외적용(외국인이나 자국 영역 밖에서 행해지는 행위에 대해 자국의 법률을 적용)을 허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공정거래법은 2004년 개정돼 역외적용을 허용, 사실상 국제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한국에 영업소가 없는 해외기업은 약관법 등을 적용할 수 없다”며 “나이언틱에는 '국내법상 문제가 있는 거래조건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전달했지만 약관 개선, 피해 구제 등 결정은 결국 해당 회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원 등이 해당 국가의 유사 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고, 문제 발생시 협조를 요청하는 것 외에는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업계는 한국 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서비스만 제공하는 해외 기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넷·모바일 기술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사업자 위법 행위를 제재하는 수단이 없으면 국내 소비자 피해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타국과 협력을 강화해 문제 발생시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한편으로는 일부 소비자 관련 법의 역외적용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