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는 ‘태릉’…동계올림픽 치른 나라 맞나

윤은용 기자

동계체전 열리는 스케이트경기장 지붕에서 물 쏟아지며 경기 지연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진 누수에도

보수비용 탓, 비닐로 임시방편만

<b>동계체전의 현실…‘부끄러운 100회’ 제100회</b> 전국동계체육대회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 앞서 천장에서 물이 새자 빙판을 급히 비닐로 덮고 있다.  연합뉴스

동계체전의 현실…‘부끄러운 100회’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 앞서 천장에서 물이 새자 빙판을 급히 비닐로 덮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동계스포츠대회인 제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대회 초반부터 동계올림픽 개최국의 자부심은 사라졌다. 경기장 지붕에서 물이 새 경기 시간이 대폭 늦춰지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동계체전 2일차인 20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다. 오전 11시 남자 일반부 5000m 경기를 시작으로 500m, 매스스타트, 팀추월 경기가 차례로 예고돼 있었다.

그런데 경기 시작을 앞두고 지붕이 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폭포수처럼 떨어지다 점차 양은 줄었지만 좀체 그칠 줄 몰랐다. 전날 내린 눈이 경기장 지붕에 쌓여 있다 녹으면서 지붕의 틈새를 타고 쏟아진 것이었다. 주최 측에서 빙판 위에 방수포를 덮는 등 긴급 조치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하지 못했다.

동계체전은 22일 끝난다. 메달 총 집계 마감 시간인 22일 오후 3시가 데드라인이다. 일정상 경기를 미루기도 힘들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3일 안에 (대회를) 끝내야 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일단 주최 측은 21일 경기 시작 시간을 1시간씩 늦추기로 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1971년 건립된 경기장이다. 400m 트랙의 국제 규격 빙상장으로 여러차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원래는 옥외 링크였다가 2000년 개수하면서 지금의 실내 링크로 바뀌었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건립 이전까지 한국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경기장이었다. 현재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관리 주체 문제로 인해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동계체전을 치를 수 있는 장소는 이곳밖에 없었다.

지붕 누수 문제는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때부터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산하 태릉선수촌 운영부 관계자는 “바로 보수를 할 수 있었으면 좋았는데 비용이 20억원 넘게 들어가다보니 바로 하지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씌워놨었다”고 전했다.

또 “우리가 지붕에 방수시트를 설치한 것이 2012년인데, 5년 정도가 지나면 내구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올해도 예산이 배정돼 있지 않아 방법을 찾다가 태릉선수촌 전체에 배정된 예산 중 일부를 끌어와 4월까지만 운영하고 방수 시공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이 짊어지고 있다. 선수들은 보통 경기 시작 시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한다. 그런데 경기 당일 갑자기 경기 시간이 크게 늦춰져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게 됐다. 한 선수는 “이렇게 오랜 시간 경기가 늦춰진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당황하기도 했다. 동계체전 일정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데 밤늦게까지 경기를 하고 그다음 날 아침에 경기를 또 하게 되면 좋은 성적이 나올 리 만무하다.

선수 안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누수로 물만 아니라 지붕에 녹슬어 있던 부산물까지 섞여 떨어졌다. 물과 이물질이 섞일 경우, 정빙을 하더라도 고르게 얼음이 얼지 않아 빙판이 울퉁불퉁해져 선수들이 레이스를 펼치는 데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또 경기 도중 물이 조금이라도 빙판 위에 떨어질 경우 종유석처럼 얼어붙을 수 있는데, 이 역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코치는 “선수들을 위한 대회가 돼야 하는데, 대회를 위한 선수를 강요하고 있다”며 “메달 집계 일정을 좀 미루더라도 선수들을 생각해 경기 일정을 잡았으면 한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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