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DLS' 불완전판매 여부 검사 착수…원금손실 투자자 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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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DLS' 불완전판매 여부 검사 착수…원금손실 투자자 보상은?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8.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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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3일 해외금리 연계 DLS‧DLF 손실 사태 검사 착수
우리은행‧KEB하나은행 등 불완전판매 여부 다툴 예정
10년간 금융상품 판매 규제 강화…불완전판매 입증 어려울 수도
우리은행 본점과 KEB하나은행 본점(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 본점과 KEB하나은행 본점(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금융당국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대규모 손실 사태 검사에 나선다. 핵심은 시중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다. 다만 상품 가입자들이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불완전판매를 방지할 만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3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와 이를 담은 파생결합상품(DLF)을 금융사를 대상으로 검사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드러날 경우 분쟁조정을 통해 피해를 입은 가입자의 구제 절차가 진행된다. 이를 통해 투자금 일부를 보전 받을 수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전일 “금융사가 수익 창출을 위해 고객에게 위험을 전가한 건 아닌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고(高)강도’ 검사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분쟁조정위원회 신청 내역을 살펴보면 가입자에게 설명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금융상품 판매 규제 강화…형식상 문제없을 수도

문제는 불완전판매 여부를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프라이빗뱅크(PB)에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형태로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KEB하나은행을 먼저 검사할 방침이다. 국내법상 사모펀드는 49명 이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되며 최소 가입액이 1억원에 달한다. 사모펀드 고객은 ‘적격투자자’로 구분되는데 일반투자자(적격투자자‧전문투자자 외)보다 금융상품 판매 규제가 느슨하다. 

일반투자자에 대한 불완전판매 여부는 금융사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등 세 규제를 지켰는지에 따라 결정되지만 적격투자자의 경우 설명 의무만 지켰다면 불완전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 파생결합상품 가입자의 손실 규모에 비해 배상 비율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통상 시중은행에서는 내규 상 적격투자자에게도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적정성은 고객의 연령‧수입원을 비롯해 금융지식‧투자목적 등을 파악하는 과정을 가리키며 적합성은 적정성을 통해 파악된 고객 성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했느냐를 따진다.

금융당국에서는 파생결합상품 판매 과정에서 이 내규를 준수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지만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예방종합대책(2008년) ▲미스터리 쇼핑(2009년) ▲동양그룹 문제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대책(2013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예방방안(2013년) ▲금융투자상품 판매 관련 고령 투자자 보호방안(2015년) 등을 시행하면서 금융상품 판매 절차를 강화해왔다. 금융사 입장에서 파생결합상품 판매 과정에서 갖춰야 할 서류‧자료 등을 누락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가입 성과로 평가받는 직원들은 고객에게 ‘안정적인 수익률’이나 ‘원금 보장’, ‘손실 위험이 크지 않다’ 등을 언급할 수밖에 없고 실제 이번 파생결합상품 가입자 일부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가입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이 실제 그 부분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갖고 있을지, 그 증거를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가입자에 대해 불완전판매로 결론이 나더라도 모든 가입자가 같은 수준의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 이듬해 금감원은 분쟁조정 신청 안건 중 67.1%를 불완전판매로 인정, 배상액을 피해액의 15%~50%로 차등 적용했다. 일부 고령자에 대해서는 70%의 배상 비율을 적용했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손실이 난 ‘우리파워인컴파생상품’의 경우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20%~40%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열린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예상손실률 96%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은행‧증권사가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DLS와 이를 담은 DLF의 잔액은 8224억원(수익구간 내 325억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스와프(CMS‧Constant Maturity Swap) 7년물 금리 및 미국 달러화 CMS 5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은 판매 잔액(6958억원) 중 85.8%가 손실구간에 있다. 만기 시점에 두 기초자산이 0%에 도달하면 원금 전액을 잃는다. 현 금리수준이 유지될 경우 평균 예상손실률이 56.2%이지만 연내 만기 도래 상품 잔액은 492억원에 불과, 향후 금리가 반등한다면 손실 규모가 줄어든다.

반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된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1266억원) 전체가 손실 구간에 진입해있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리가 마이너스(-)0.2%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을 보고 마이너스 0.7%를 밑돌 경우 원금 100%를 잃는 구조다.

다음달부터 오는 11월 사이에 예정된 만기 시점까지 평균 예상손실률은 95.1%에 달한다. 최종 손실 규모는 만기 시 금리 수준에 따라 결정되지만 만기가 코앞에 다가온 만큼 사실상 단기간에 금리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독일 국채 금리가 이미 ‘제로(0)’ 수준이었던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이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현재 잔액 중 99.1%(1255억원)가 우리은행에서 판매됐으며 나머지(0.9%‧11억원)는 NH투자증권이 판매했다.

◆ 금감원,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반 점검…불완전판매 초점

앞서 금감원은 상품 설계 과정부터 제조, 판매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DLS는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설계‧발행했고 이 DLS를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등이 사모펀드 포트폴리오에 담아 DLF를 구성했다. 은행에서는 이 DLF를 가져다 판매한다.

이들 금융사 역시 이번 사태 관련 금감원의 검사 대상이다. 다만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이 그간 꾸준히 출시된 점을 고려하면 검사의 초점은 설계‧발행 과정보다 불완전판매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전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파생결합상품 자체에 대해 “평소에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로 금융상품 판매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건은 금융당국이 실질적으로 불완전판매를 방지할 만한 내놓을 수 있느냐다. 

지난 10여년간 금융상품 판매 규정을 강화해왔지만 이 규정들이 금융사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의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불완전판매로 인한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새 규제 역시 형식적 측면에 그친다면 파생결합상품 시장만 위축시키는 데에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2015년 당시 고령투자자 보호방안을 내놨지만 판매 과정에서 서류가 추가되는 데 그쳤고 이번 사태가 터졌다”며 “이러한 방식의 규제가 또 이뤄진다면 잠깐 잠잠해 질뿐 불완전판매로 인한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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