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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도박왕’ 스탠리 호 별세…향년 99세

입력 | 2020-05-26 19:53:00


마카오를 세계적 카지노 메카로 만든 ‘도박왕’ 스탠리 호(何鴻桑)가 26일 홍콩의 한 요양원에서 숨졌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향년 99세.

그는 1921년 홍콩의 부유한 상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조부는 유대계 네덜란드인이었다. 세계 대공황 여파로 집안이 몰락하자 그는 1942년 중립국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로 건너갔다.

1961년 마카오 카지노 독점 면허를 따낸 호는 2001년 마카오 카지노 시장이 개방될 때까지 40년 동안 마카오의 ‘카지노 제국’을 지배했다. 그는 1970년 문을 연 리스보아 카지노 호텔을 시작으로 카지노, 호텔, 경마, 페리에 이르기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카지노에서 성매매를 알선하고 홍콩 지역의 폭력조직인 삼합회와 연계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호가 설립한 SJM홀딩스는 20개의 카지노와 3개의 호텔을 소유하고 마카오 국제공항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는 등 지난해 순이익 32억 1000만 홍콩달러(약 5112억 원)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한때 SJM홀딩스는 마카오 전체 세수의 70% 이상을 납부하기도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난민들로 넘쳐나는 홍콩 서쪽의 작은 포르투갈 영토에 불과했던 마카오는 2006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카지노 도시로 성장했다. 정작 호는 도박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는 2001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나는 인내심이 바닥이기 때문에 도박을 전혀 하지 않는다. 도박으로 돈 벌 생각은 하지 마라”고 말했다.

2018년 은퇴 당시 호의 개인 재산은 64억 달러(약 7조9000억 원)에 달했다고 BBC는 전했다. 은퇴 이후 병원, 체육시설, 박물관 등의 운영을 지원하는 자선사업가로 변모하며 대중에는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보석 및 예술품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리스보아 카지노 로비에 자신의 수집품으로 스탠리 호 컬렉션을 조성하기도 했다.

스탠리 호는 큰 키와 잘생긴 외모로도 유명했다. 그는 일생동안 4번의 결혼을 했으며 17명의 자녀를 뒀다.

1999년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되고 미국 카지노 제왕 셸던 아델슨 등 해외 카지노 거물들이 속속 입성하면서 호의 위상도 예전보다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1년 둘째 부인과 셋째 부인의 자녀들이 후계 구도를 놓고 치열한 다툼까지 벌였다. 한 해 뒤 둘째 부인의 장녀 데이지(56)가 SJM홀딩스를 물려받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는 호에 대해 ‘애국 사업가’라고 애도했다. 그는 2001년 인터뷰에서 “1961년 당시 사람들은 내가 몽상가라고 했지만 나는 지금 그 모든 약속들을 지켰다. 성공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