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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복이 말해주는 노동의 현실

이영경 기자
[책과 삶] 작업복이 말해주는 노동의 현실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
오월의봄 | 272쪽 | 1만9800원

옷은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입은 옷을 보면 그 사람의 연령, 취향, 경제력 등을 어림짐작해볼 수 있다.

작업복은 더 많은 정보값을 지닌다. 붉은 소방복을 입은 소방관,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 안전장비를 착용한 건설노동자 등 특정 작업복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직업이 있다. 그런데 깊숙이 들여다볼수록 작업복이 일에 대해서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는 일에도,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알맞지 않았다. 땅속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에서 일하는 이승훈씨는 작업복을 “사무실 직원에게나 어울릴 법한 옷”이라고 말한다. 습기로 가득찬 공간에서 일하는 그에게 지급된 폴리에스터 옷은 흡수성이 떨어져 금세 땀범벅이 된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가슴장화는 PVC 소재로 바람이 전혀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끈으로 묶는 작업화는 각종 기계에 끼일 수 있어 안전하지 못하다. 남성이 다수인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지급받았다. 성인 남성 신체에 맞춰진 작업복과 장비들은 크고 헐거워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었다. ‘내돈 내산’ ‘셀프 수선’은 일상이다.

하수처리장, 쓰레기 소각장, 건설현장, 은행, 호텔, 패스트푸드점, 여객기, 산불 현장 등 구름 위부터 맨홀 아래에 이르기까지 10여곳의 일터를 찾아가 노동자들이 입고 일하는 옷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히 전한다. 열악하고 위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적절한 복장과 장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수·쓰레기 처리 같은 일들은 필수 업무이지만 외주화돼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비용절감은 이들의 옷값도 같이 절감했다. 일에 맞지 않거나 몸에 맞지 않는 작업복은 곧 외주화, 성차별, 고용불안정, 노동조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작업복은 오류투성이의 정보값을 통해 사회구조와 권력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은 이들의 옷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가 이들에게 진 빚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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